* 영화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으니 영화를 보실 분들은 바로 돌아가기를 클릭하시기 바랍니다.
- 독전 2
- 장르: 범죄, 액션, 스릴러
- 감독: 백종열
- 출연: 조진웅, 차승원, 한효주, 오승훈 외
- 개봉일: 11월 17일 넷플릭스를 통한 스트리밍 개시
영화 줄거리
'독전 2'는 2018년 개봉되어 평단의 호평과 대중의 인기라고 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던 '독전 (believer)'의 후속 편이다. 영화는 전편의 줄거리를 시계열 순으로 빠르게 훑고 지나가면서 시작한다. 아마도 넷플릭스에서 공개를 하다 보니 1편을 보지 못한 글로벌 독자들에 대한 서비스 정신이면서, 2편의 스토리가 철저하게 1편의 스토리와 같은 선상에 있다는 힌트를 주고 싶은 감독의 친절함이 편집에 베어나온 것 아닌가 싶었다.
1편 마지막 부분, 용산역의 혈투 이후 그 전쟁의 승자 서영락 대리(1편에서는 류준열 배우가 맡았으나 2편에서는 오승훈 배우로 교체되어 동일인으로 나온다.)는 두 명의 마약 제조 천재 농아들과 애견 '라이카'와 함께 자동차로 이동하면서 원료를 찾아나선다. 완제품 (약품 명)'라이카'를 만들기 위해서. 한편 경찰 수뇌부는 이선생 행세를 했던 브라이언 (차승원 분)을 체포함으로써 이선생 체포하고 치적을 내세우면서 이 사건을 마무리 지으려고 하였으나, 오직 한 사람 조원호팀장 (조진웅 분)만이 (진짜) 이선생을 잡기 위한 집념의 끈을 놓지 않는다.
1편에서는 100%는 아니었지만 서영락을 이선생으로 생각해도 해석에 큰 무리가 없는 결말이었지만, 2편에서 서영락이 '라이카'를 만드는 목적이 이선생을 만나기 위해서라고 스스로 밝히면서 '서영락 ≠ 이선생'이라는 전제를 깔고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스토리의 큰 틀은 동기는 다르지만 목적은 같은, 즉 이선생을 찾는 것으로 같은 세 사람의 여정을 보여준다. 조원호팀장은 범죄자 이선생을 체포하기 위해, 경찰에 체포되어 치료를 받던 중 탈출한 브라이언은 본인이 이선생이 되어 범죄 이권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서영락대리는 복수를 위해.......
국내 영화에서 보기 힘든 속편의 시간 배경, 미드퀄??
보통 2편은 전작과 시간적 연장선상에서 다음 시기를 다루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는 1편의 시간적 배경 이전 시간을 다루는 프리퀄의 형태로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이번 독전2는 1편 후반부 용산역에서의 혈투 이후의 시간부터 엔딩 장면에 나왔던 조원호팀장과 서영락의 노르웨이 설경에서의 독대 장면 사이에 벌어졌던 중간 시간대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를 미드퀄이라고 표현하던데 원래 있는 용어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해는 매우 잘되는 용어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1편의 성공 요인은 스토리의 치밀함도, 반전의 놀라움도 아니었다. 2가지로 생각하는데, 하나는 명품 배우들의 영화를 이끌어 나가는 힘이고, 다른 하나는 스토리의 열린 결말이었다. 하지만 독전 2는 그 두 번째 요소를 과감히 건드리는 모험을 감행하였다. 과연 서영락이 이선생인가? 서영락이 이선생이 아니라면 누가 이선생인가? 조원호팀장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노르웨이로 서영락을 찾아간 것인가? 그리고 울렸던 총성의 결과는?
이렇게 관람객의 상상속에서 다양한 스토리로 남아있던 부분을 감독이(감독도 교체가 되었다. 1편 이해영 감독에서 2편은 백종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자신의 스토리를 붙여 나가고, 거기에 더해서 1편 내용과 인과 관계에서도 일체감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위한 많은 장치를 배치하였다. 영화는 이선생을 쫓아가는 흐름 속에서 느닷없이 과거의 모습을 비춰주면서 '이 장면은 과거에 이런 일이 있어서 그런 거야'라고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는 노력을 반복한다.
하지만 과거 장면이 나올수록 극의 몰입도는 점점 떨어져 갔고, 내가 해석했던 내용과는 다른 감독의 해석을 열심히 쫓아가면서 스토리를 다시 정립해야 하는 정신적 노동이 필요하였다. 만일 감독이 보여준 스토리 라인이 너무도 신박하다거나, 혹은 놀라운 반전이 숨어 있었다면 정신 노동이 아닌 충격으로 임팩트 있게 감상이 남을 수 있었겠지만 글쎄, 독전 2는..........
한효주의 변신은 무죄??
'큰칼'이라는 거친 캐릭터로 나오는 한효주 배우의 변신은 조금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곱고 아름답거나 (광해, 뷰티 인사이드), 아름다운 걸 크래쉬 (감시자들), 그리고 최근의 무빙에서 보여준 봉석 엄마 이미지도 사실 한효주라는 배우가 갖고 있던 큰 틀에서 그리 많이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독전2에서 한효주가 맡은 '큰칼' 캐릭터는 범죄 조직의 잔악한 여걸 보스이면서 정신적으로는 사이코 패스에 정상인과는 거리가 먼 거친 성격과 외모의 인물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꼭 이 배역을 한효주가 했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연기를 못했다는 말이 아니다. 단지 파격 변신을 시도한 배우가 그 결과로 가질 수 있는 캐릭터의 성공을 관람객들에게 줄 정도의 감정선의 흐름이 없었던 것이 아쉬웠다. '큰칼'은 무자비하고 터프한 조직의 보스지만 어려서 자신을거두워 키워준 이선생을 마음 속으로 아빠라고 부르며 딸로서 기대고 싶은 열망이 컸고, 그래서 이선생 마음에 들기 위해 어떤 행동도 마다하지 않는 여리면서도 집착을 갖는 면이 같이 공존하는 캐릭터였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복잡한 두 가지 인간성의 모습이 관객의 공감을 얻기에는 두 성향 모두 어정쩡한 묘사에서 끝나고 말았다. 그냥 한효주 배우의 새로운 시도 정도로 의미를 부여해야 할 것 같다.
독전 2는 그래서 추천할 만한가?
그래도 역시 믿고 보는 배우 조진웅과, 브라이언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1편에 이어서 2편에서도 열연을 한 차승원 배우 등 명품 배우들의 연기는 자칫 수렁으로 빠질 수도 있는 영화를 끝까지 볼 수 있게 만드는 힘으로 역할을 했다. 단지 그런 힘을 가진 배우가 1편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 2편에 한효주 배우가 투입되었으나, 1편에는 김주혁 배우, 진서연 배우도 있었고, 류준열 배우가 연기한 서영락의 임팩트가 2편에서는 많이 줄어든 것이 이유가 아닐까 싶었다.
독전 1편을 보지 않으신 분들께는 감히 추천을 못할 것 같다. 하지만 1편을 재밌게 본 분, 그래서 숨어있는 내용들에 대한 감독의 해석을 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린다. 그 중에서도 2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에 불만이 없는 분들에게 적극 추천드립니다.
개인적 평점은 10점 만점에 5.5점 (공신력은 없는 주관적 판단이므로 이는 참고해서 봐주시길 바란다.)
쿠키 1.
이 영화 마지막에 故 김주혁 배우의 영면을 기원하는 문구가 나온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김주혁 배우 외에도 1편에 나왔으나 그간 유명을 달리하여 2편에는 못 나오신 다른 배우가 있다. 바로 범죄도시 2에서도 나왔던 명품 조연 故 남문철 배우다. 1편에서 조원호 팀장의 상관인 경찰 고위 간부로 나오셨는데 2편에서는 1편 스토리를 짧게 보여줄 때 잠시 등장하신다.
두 명배우의 명복을 기원합니다.
故 김주혁 배우 (독전 1에서 진하림 역) |
故 남문철 배우 (독전 1에서 경찰간부 역) |
쿠키 2.
이야기를 하다 보니 1편의 주역 류준열 배우에 대한 언급이 없음을 알게 되어 아쉬움에 한 자 적는다. 만일 류준열 배우가 2편 출연을 고사한 이유가 스토리의 개연성이 낮아서라면 그는 똑똑한 배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그의 2편 하차 이유에 대해선 뉴스를 봐도 특별한 이유가 알려져 있질 않아서 그냥 저 자신의 추측임을 밝힙니다.) 그러다 보니 이번에 서영락 역을 맡은 신인 오승훈 배우는 존재감이 많이 떨어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는 신인 같지 않은 감정 연기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서영락 캐릭터의 존재감이 1편에 피해 많이 낮아진 것으로 성격이 변질되어 버린 것이다. 따라서 그건 배우의 책임은 아닐 것이다. 처음부터 좋은 배역에 좋은 연기만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신인 오승훈 배우의 건투를 빈다.